고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온전히 누운자세로 잠을자고 일어나니 상쾌하다. 이 호텔의 이름은 ‘사파리 파크호텔’, 한국의 파라다이스 그룹이 세운 것으로 나이로비의 최고급호텔이라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숲과 정원사이로 2층정도의 객실과 편의시설, 야외수영장이 드문드문 배치되어있다.
룸메이트 현호와 함께 아침을 먹으러 간다. 일상적인 호텔뷔페 한쪽에 우리를 위한 미역국과 김치가 준비되어있다. 한국인 호텔전무의 배려일 것이다.
느긋하게 산책을 하는데 느닷없이 어제 호텔로 오며 보았던 길거리의 수많은 날품팔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땅콩, 옷, 신발, 선글래스, 축구공, 모자등... 공항에서 시의 외곽까지 아마도 러시아워의 특수를 기대하며 길 옆에서 물건을 들고 다니며 파는 그들의 모습...약간 우울해진다.
로비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한다. 30초정도 통화한 것 같은데 6달러란다. 허걱... 그래도 매일 전화하는 것도 아니니 감지덕지하다.
오늘은 케냐를 넘어 탄자니아로 향한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중간에 킬리만자로를 두고 북남으로 있는데 19세기 당시 케냐의 식민모국이었던 영국의 빅토리아여왕이 자신의 조카였던 독일의 빌헬름 2세에게 덜컹 산 전체를 독일의 식민지인 탄자니아에 줬다고(?)한다 “걔는 높은 걸 좋아하거든..”이라는 말과 함께. 그래서 우리는 킬리만자로로 가기위해 국경을 넘어야하는 것이다.
다시 시내를 가로 질러(외곽도로.. 이런 거 없다)공항을 향해서 가다가 오른 쪽으로 갈라진 길을 한 참 달리니 건조한 벌판이 이어진다.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마을과 소와 염소들이 보일 뿐... 건기의 사바나기후는 결코 푸르지 않았다.
넝쿨이 우거진 휴게실에서 호텔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는다. 화장실로 가려면 꼭 거쳐야하는 기념품가게에서 앞으로 지겹게 볼 토산품들을 판다. 치환형은 이곳에서 250달러에 판다는 북 두개를 깎아서 100달러에 샀다. 종업원은 깎아주느라 수고했으니 뭔가 마실 것을 달라고 한다.
다시 길을 달리다. 국경에 이른다. 국경은 그리 튼튼해보이지 않는 두개의 철문사이로 이루어져 있고 입출국 사무소 역시 긴장감은 흐르지 않는다. 무장군인 역시 눈에 띄지 않고... 탄자니아로 들어서니 비슷한 자연환경이지만 독립후에 사회주의를 채택했던 나라라서 그런지 경제적으로 케냐보다는 덜 발전된 느낌이었다.
마을에 들러 잠시 쉬기도 했는데 아이들에게 디카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아주 신기해하며 좋아했을 때는 즐거웠다. 그러나 마침 남은 도시락을 누군가 건네자 아귀다툼을 벌이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앟다. “헬로! 김미 초콜렛!”을 외치며 미군부대 행렬을 따라다니던 지난 날 우리의 모습마저 연상되니...
오늘 우리가 묵을 호텔은 ‘메루’산 호텔로 이지역에서 유명한 산의 이름을 땄다. 우리가 도착한 ‘아루샤’시는 킬리만자로를 오르려는 사람들의 전초기지쯤 되는 곳이라 한다.
30년이 넘었다는 독일제 엘리베이터는 반응속도가 참으로 느렸다. 처음 나왔을 때에는 최신식이었겠지만 3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의 속도감은 이렇게 빨라진 것이다.
어제보다 상대적으로 조촐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주류(?)들은 1층 레스토랑에 다시 모인다. 사실 원정대원은 국내에서 두차례에 걸친 청계산 예비산행을 통해 친목을 다졌으나 나는 해외공연으로 불참해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초면이었고 며칠 새 조금씩 알아나가게 된 것이다. 술자리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것이다.
‘세렝게티’와‘사파리’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흥이 나서 치환형과 나는 기타를 가지고 내려와 함께 노래를 하기도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니 이렇게 흥겹게 마시는 것도 당분간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