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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추억'을 지나 더 경쾌해진 '삶86' [인터뷰] '386'의 오늘을 조명한 4집 앨범 '삶 86' 낸 가수 손병휘 홍성식(poet6) 기자 ▲ 초지일관, 초발심을 지켜온 가수 손병휘가 최근 새로운 앨범을 냈다. ⓒ 채지민 초지일관(初志一貫). 처음 세운 뜻을 시종 여일하게 밀고 나가는 것.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힘든 일이다.
여기 한 가수가 있다. 이십대 시절 '조국과 청춘' '노래마을' 등에서 활동하며 '음악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겠다'는 결심을 세운 그는 올해 마흔한 살이 됐다. 10년이 훌쩍 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유혹과 후회가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처음 세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손병휘.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미선·효순이를 추모하는 촛불시위에서, 이라크전쟁 반대와 평화공존을 외치는 종로 집회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의 목소리가 드높던 농성장에서 그는 한결 같았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 세속에서 이룰 수 있는 성공을 고민 끝에 훌훌 털어 버리고, '기타를 든 투사' 혹은 '초지일관하는 민중가수'로 우리 곁에 남은 손병휘. 그가 2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들고 찾아왔다.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3집 '촛불의 바다'에 이은 4집 '삶 86'에서 그는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과 다름없는 이른바 '386 세대'의 오늘을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명한다. 이런 방식이다.
'그래 그 때는 그랬을 수도 있지/가방엔 마르크스 원전이 있고/집회장의 열혈청년이었을 수도 있지/종로 명동 을지로 퇴계로/혹은 학교 앞 시청 앞에서/백골단과 맞장을 떴을 수도 있지…너의 운동은 추억만 있구나/오늘도 종묘 앞에 깃발 나부끼는데/박제된 과거일랑 엿 바꿔 먹어.'
- 4집 앨범 중 '그 때를 아시나요' 일부.
뜨겁고 진지했던 1980년대를 추억으로만 간직한 채 안락과 보신의 일상을 사는 동시대인들에게 던지는 준엄한 질문.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내내 냉소적인 것은 아니다. 이어지는 노래 '386'에선 불의의 시대에 함께 저항해온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애정을 드러낸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유월이면 가슴 뛰는 광장에서 함께 했던/나의 사랑 나의 분노 나의 추억 나의 현재/나의 열정 나의 열망 나의 현재 나의 미래…'
이처럼 자신이 살아온 시대와 더불어 울고 웃었던 사람들에 대한 성찰과 애증이 동시에 담긴 손병휘 4집 앨범 '삶 86'.
"강물이 그렇듯 역사 역시 거꾸로 갈 수는 없는 것"이란 말로 세계의 긍정적 변화를 낙관하는 손병휘를 초여름 햇살 따가운 날(10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만났다.
왜 '386'이 아니고 '삶 86'인가
- 벌써(?) 4번째 앨범이다. 소회가 없지 않을텐데? "그렇다, 3집을 낸 것과 4집을 낸 것은 다르다. 3차 방어에 성공한 권투선수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3차 방어에 성공하면 롱런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은가(웃음)?"
-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요하게 고려된 음악적(형식적) 요소와 내용적 요소는 뭔가? "포크 록(Folk Rock)이다. 예전에는 전자기타를 써도 될 것을 굳이 통기타로 연주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했다. 한결같다는 것이 어쩌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점을 경계했다. 내용을 보자면 하루의 흐름에 맞추어 나와 내 또래의 일상을 담으려 했다."
- 앨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삶 86'.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삼팔육'인데. 어떤 의미인가? "386은 90년대에 나온 말인데 '80년대학번-60년대생-90년대 당시 30대'라는 의미라고 알고 있다. 나는 그 80년대 학번이라는 표현이 싫었다. 대학생만 6월 항쟁에 참여한 게 아니지 않은가? 80년대를 잊지 않고 6·10항쟁의 이상을 공감한다면 학력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삶 86'으로 했다."
▲ 손병휘 4집 앨범 '삶86' ⓒ 손병휘 - 앨범 재킷이 재밌다. 이런 걸 '콜라주'라고 하는가? 디자인을 해준 사람이 따로 있는지, 아니면 직접 한 것인지. "비틀즈의 '리볼버(Revolver)' 재킷에서 힌트를 얻었다. 재킷을 고민하면서 길을 걷다가 '삶 86'이라는 제목과 디자인 구상이 떠올랐다. 걸으면서 디자이너에게 개념을 설명해주고 얻은 몇 개의 시안 중에서 내가 골랐다. 이 자리를 빌려 디자이너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가사가 지닌 무거운 역사성과 진정성과는 별개로 가볍고 경쾌한 곡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뭔가? "일단 일상을 통해 표현을 하자는 생각에서 내가 가사를 쓰다보니 구어체로 가사가 나왔고 곡 또한 비트가 강해졌다. 또한 록(Rock)의 음악어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했다."
- 이번 앨범의 가사 대부분을 직접 쓴 것으로 안다. 이전부터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었던 건가? 노래 하나의 가사를 쓰는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과 가사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이번 앨범의 경우엔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다(웃음). 작곡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사쓰기에 대한 열망은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작곡보다 작사의 발전 속도가 더 느렸기 때문에 3집 까지는 다른 이들의 글이 많았다. 가사를 쓰는 시간이라… 이번 앨범에서는 한 시간 이내에 쓴 것도 있고('386'), 3년이 걸린 것도 있다('강물은 똑바로 가지는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 곡보다 가사 다듬는 게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녹음실에서 바꾼 적도 있으니까."
"모든 '386'을 경멸의 의미로만 불러선 안 된다"
-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어가 '초심으로의 귀환' 혹은, '역사가 들려주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만약 아니라면, 어떤 걸 염두에 두고 가사를 쓴 것인지. "그렇다. 혹자는 87년 체제의 종언을 고하자고 하지만 아직도 친일 잔재는커녕 독재 잔재도 그대로고 심지어는 보수로 가장한 수구세력이 큰 소리 치고 있다. 그러면서 '386'을 경멸의 의미로 부르고 있다. 나는 각계각층에서 일하고 있는 소위 '386' 세대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시민단체에서, 새만금 개펄에서, 대추리에서, 귀농과 노동의 현장에서, 생활인으로서 묵묵히 자신의 초심을 지켜가고 있다."
- 모두 13곡이 담겼다. 하나 하나 소중한 자식 같겠지만,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텐데, 어떤 곡인가? 그 이유는. "곤란한 질문이다(웃음). 6번 트랙인 '강물은 똑바로 가지는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는 내가 하고 싶었던 아트 록을 시도한 곡이다. 뒷부분에 고 문익환 목사님께서 1987년 7월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열사들의 이름을 부르짖던 육성을 삽입했다. 작은 샘으로 시작해서 갖은 일을 겪고도 결국 바다로 흐르는 것 같이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 결국은 승리하는 민중의 삶을 그리고 싶었다."
- 음악은 음악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없지 않을텐데. "히트곡이 없는 음악인도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이다(웃음). 그리고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것도."
- 앨범과 관련한 추후 계획은? "앨범을 냈으면 팔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굳이 표현하자면 '싱어송라이터 겸 가수 겸 매니저'다. 홍보하는 일은 음악가에게 버거운 일이지만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부지런히 '들이대야' 한다. 그 와중에 한 돌릴 때가 되고 체력(돈)이 생기면 콘서트를 준비하지 않을까? 근데 누구 매니저 할 사람 없을까? 다른 건 몰라도 술은 자주 사줄 수 있는데(웃음)."
- 사회·정치적 질문 몇가지 하겠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지하는 후보가 생긴다면 어떤 형태로 지지 의사를 표시할 생각인가? "2002년 때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지지하는 후보 개인이 아닌 어떤 세력이냐가 더욱 중요해졌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에는 꼭 참여하겠지만 그 외에는 글쎄…."
"민중가요를 통한 한류? 각 나라 운동세력과의 연대 속에서"
▲ '이라크전 반대 집회' 현장에서 노래하고 있는 손병휘.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거리와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국 사회엔 여전히 80년대의 병폐(권위주의, 빈부격차, 과도한 미국 의존성 등)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것들 중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해법을 제시한다면. "이건 전문가가 답변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답변을 하자면 결국 역사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친일파를 청산 못했으니 그들의 변신 내지는 후신격인 친미독재·기득권이 계속 자기 영역을 지키는…, 그렇게 꼬이는 것 아닐까?"
- 아시아 전반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트랜디 드라마나 특정 배우에 대한 환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콘텐츠가 없는 거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어떤 게 전제돼야 한다고 보는가? 덧붙여 민중가요를 통한 '한류 열풍'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한류열풍 역시 철학이 뒷받침 되어야 세계 문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민중가요를 통한 한류는 각 나라의 운동세력과의 연대 속에서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거대 엔터테인먼트사가 민중가요를 수출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이번 앨범에 실린 노랫말 한 대목으로 대신 하자. 20년 전의 그 약속, 지금도 계속 되는 꿈." 2007-06-11 16:06 ⓒ 2007 OhmyNews
인쇄하기 ( 작성일 : 2007년 06월 13일 (01:33), 조회수 : 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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