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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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손병휘(병휘)   [bhs05@hanmail.net]
제   목     킬리만자로 원정기7
File#1     출발을 앞두고 긴장된 분위기...JPG (size : 93.3 Kb)     Download : 3238
File#2     드디어 정상을 향해.JPG (size : 58 Kb)     Download : 3125
File#3     정상에서 일출을...JPG (size : 57 Kb)     Download : 3080
File#4     그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JPG (size : 32.2 Kb)     Download : 2998
File#5     제 2 정상에서 태석과 석화 커플.. 위대한 사랑의 힘.JPG (size : 79.1 Kb)     Download : 2493













12월 11일 밤 -12일

그 와중에 잠을 깨서 누룽밥으로 정상도전을 준비한다. 많이 먹으면 곤란하니
조금씩만 먹는다. 고지대에서는 소화불량과 배탈이 나기 십상이다.



밤 11시에 모두 모인다. 정상도전에는 모두 25명이 나섰다. 대단하다...
산행중 몸이 이상하면 절대로 무리하지말고 하산하도록 당부하는 엄대장의 주의사항을
듣는 순간은 적막 그자체다.
만반의 대비를 한다. 행동식으로 먹기 위해 준비해온 연양갱과 지급받은
치즈와 소세지, 물을 배낭에 넣고 기능성 내복위로 바지 두벌과 윗도리 네벌을 껴입는다.
장갑은 두켤레를 꼈고 등산용 양말 두켤레와 면 양말 한켤레를 신었다.
기타도 챙겼다.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여자들을 대열의 앞에 두고 엄대장의 선창에 따라 모두 외친
‘2006 희망원정대 도전, 도전, 도전!’의 구호가 밤하늘을 가른다.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한 채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올라간다.
바로 뒤에 있는 경호가 자신의 거친 숨소리 때문에 신경쓰이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아! 그렇게 힘든 가운데에서도....
해발 5000미터 지점쯤에서 현호가 힘들어한다. 대원(장애인)이 대열에 없으면
산행을 끝내기로 했으므로 자신보다 앞에 3명의 대원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장에게 보고하고 하산한다.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게 정상도전을 묵묵히 도전했던
현호를 알기에 눈물어린 포옹으로 내려보낸다. 경호도 결국 내려가기로한다.
박범신선생이 안타깝게 불러보았지만 어쩔 수 없다.

최지연작가와 한미린작가도 초기에 포기를 한 것 같고 조휴정피디는 5000미터 지점까지
마지막 투혼을 발휘했지만 더이상은 무리였다.

내 배낭과 기타를 들고있는 ‘피터’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기타가 무겁다고했다.
쓴 웃음이 나온다. 기타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 가방을 등에지고 있으면서 무겁다니..
아무튼 그보다 더 무거운 배낭을 받아들었다.
중간에 큰 바위밑에 동굴처럼 나있는 틈에서 잠시 쉬었다. 유럽인중에서 처음으로
키리만자로를 올랐던 ‘한스마이어’의 이름을 딴 피난처다.

새벽이 가까워 올수록 고도는 높아지고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털모자를 썼음에도 찬 음료수를 한꺼번에 마신 것처럼 머리 위가 차고
눈이 빠질 듯 아프다. 윈드자켓에 달려있는 모자를 덮어쓰고 끈을 조인다.
장갑을 빼면 체온이 떨어지니 장갑 낀 둔한 손으로 천천히 한다.
그 와중에도 걸음은 느릿느릿 멈추지 않는다.

이미 대열은 선두와 후미가 떨어져있다. 밑에서부터 가까워지는 헤드랜턴빛을 보고
불러보았지만 번번이 외국원정대이다. 어쩌다가 나는 선두대열의 후미를 맡게되었다.
어쩔 수없이 대원들이 처지게 되어 내 앞에 모두 있게 되엇다.
태석이의 헤드랜턴이 고장났다고 해서 내것을 주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시야가 생명이니까..그나마 내 것도 곧 꺼졌다.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형의 랜턴도.. 부실한 협찬품에 화를 내었지만
예비전지를 갈아끼웠으면 되었을 실책이다.

결국 암웨이의 나봉룡전무의 제의로 랜턴불빛이 없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끼워서
올라가기로했다. 그렇지! 눈이 없으면 누군가가 비춰주면 되는것이지.
나전무는 평소에 철인 3종경기를 할 정도로 단련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몸상태를 보여주고 있으니 경이롭다.

김행균대원이 고통을 호소한다. 열차에 치일 어린이를 구하고 대신 자신의 두 다리를
내어 준 이 아름다운 철도원은 정상이 가까워 바위로 이루어진 길에서
결국 의족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난관을 맞이한 것이다.
그의 멘토이며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김종인은 벌써 쳐지고 없었다.
선두의 엄대장에게 큰 소리로 보고하니 “하산하라!”는 단호한 명령이다.
10분만 쉬고 올라가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나는 좀 화가났다. 그래도 장애인과 함께하는 희망원정대인데...
그러나 8000미터 이상의 고산을 15개나 등정한 위대한 산악인의 판단을 따라야하는 법,
죄송하다고 하며 형을 끌어안고 작별을 한다. 눈물이 난다.
나의 고산증세는 잦은 눈물인가보다.

그 후 의외로 지근거리에 정상이 있었다. 해발 5681미터 ‘길먼스 포인트’이다.
오전 5시 40분 경, 6시간의 산행이었다.
엄대장이 아래를 향해 김행균형을 애타게 부른다. 그도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으리라.
이럴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함께 올라오는 건데..

이렇게 함께 올라온 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엄홍길, 박범신, 나봉룡, 양종훈, 유민철, 정홍규, 윤석화, 한태석, 강호정, 오세훈,
그리고 나, 특히 석화와 태석이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사랑의 힘이리라.

암흑을 뚫고 우리가 올라왔던 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희미하게 '마웬지 봉'도 보이기 시작한다.
암흑에서 붉은 빛으로 다시 붉은 빛이 노란색으로 엷어지며 하늘이 밝아온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감동이다. 절로 눈물이 흐른다.

반대쪽은 푹 꺼진 분화구 그 너머로 만년설이 보인다.
그 때 엄대장은 길을 재촉한다. 사실 킬리만자로는 화산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한시간 반 정도 가면 최정상이 있는 것이다. 다만 분화구 정상이니 여기까지만 와도
정상등반증을 주는 것이다. 피터는 자신의 신발을 보여주며 눈 길을 걸어갈 수 없다고
이곳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나는 기타를 받아들고 길을 나선다.
그러는 사이에 선두는 벌써 멀리 가고 있다. 30분 정도 되었을까? 몇 명이 쉬고 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인쇄하기  (작성일 : 2006년 03월 27일 (12:44),   조회수 : 5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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