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곳이 종로1가라서 저는 비교적 청계광장과 서울광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자주 접합니다. 특히 청계광장은 바로 사무실 코 앞에 있는데, 거기서 자주 손병휘 님을 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6.10 때에는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보았습니다. 노 전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역 앞에 나가 노래를 불렀던 병휘 님이 이번에는 22년 전의 6.10을 기리는 자리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병휘 님 목소리는 매우 서정적입니다. 좀 섹시한 음색을 지녔기도 하고요. 그래서 님의 CD 중에 서정적인 레퍼토리에 왠지 좀더 끌리고는 합니다. (예: <샤이를 마시며>) 물론 <모든 것, 그리고...> 같은 고전은 병휘 님 목소리의 진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잘 보여주지요...그 폭발성하며...
그런데 이 두 곡이 들어 있는 앨범 <<촛불의 바다>>는 컨셉트 앨범이죠. 전쟁과 평화에 관한.... 6.25부터, 볼리비아, 아메리카, 보스니아, 체첸, 이라크,..그리고 촛불....이 수많은 전쟁을 더듬어 가는 병휘 님은 무작정 자기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저 아파하고 읊조리고 외치고 노래하고 하면서 전쟁과 평화, 손병휘와 세계, 목소리와 악기..그 어디쯤 사이에선가 기다리며, 우리가 들어와 같이 놀고 또 어울리기를.. 외치기를... 함께 깊고 푸른 ,,, 어둠의 향기를 맡기를 바랍니다..
항상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고민하고 또 주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병휘 님은 하릴없이 삼겹살만 키워가는 제게 초발심을 일깨워 줍니다. 조용히 부드럽게..하지만 단호하게 꾸짖습니다..."네 갈 길을 찾고 있는가?" 하고요..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들려 오는..잊었던 벗의 목소리입니다...
6월 10일날 갑자기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와 광장 한켠 포장마차에서 지인들과 한잔 하고 있더군요..같이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그 흥겹고도 독특한 분위기를 보니 저는 조용히 빠져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그도..나도..흠뻑 취해 있었습니다..바로..우리가 만드는 축제였달까..난장이었달까....
손병휘 님과 또다시 광장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쫓기는 짐승처럼 밀실에서 아파했던 이명준의 광장을 넘어... 손병휘 님과 저의..그리고 우리의 뜨거웠던 6월의 광장에서요....
글을 시작할 때는 슬쩍 부끄러웠습니다...... 지금은 벅차오르네요...서정주를 슬쩍 인용해 볼작시면...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나는 이다지도 살고 싶은지요....
인쇄하기 ( 작성일 : 2009년 06월 13일 (17:43), 조회수 : 4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