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가수 손병휘(40)는 전형적인 386세대다. 나이도 그렇고, 그가 부른 노래도 그렇다. 특히 안치환 처럼 정직한 목소리와 노래에 실린 가사의 저항성은 어느샌가 그를 386세대의 가수를 넘어 ‘민중가수’라는 틀에 묶어 놓았다.
올해 6월 항쟁 20주년에 맞춰 4집 앨범 ‘삶86’을 내놓고 나선 본의 아니게 그를 향한 저항적 이미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단지 제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6월 항쟁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시민이라는 개념인데, 시민의 의무로서 노래한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제 음악의 모든 것을 사회의식이 투철한 민중가요라는 개념으로 몰아붙이는 건 수용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는 ‘접점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고 소개했다. 사회적 메시지가 필요할 때 나설 수 있는 ‘민중가수’로서의 그와,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대중가수’로서의 그가 지금 혼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만을 외치기엔 세상이 복잡하고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으니까 가사에 의식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이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리듬이나 멜로디는 지금 시대의 틀에 맞게 구사하니까 일반 대중가수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는 386세대의 기억을 통해 동시대와 호흡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독특한 뮤지션이다. 새 앨범의 노래들은 그런 그의 의지와 욕구를 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때를 아시나요?’ ‘386’ ‘오래된 정원’ 등 이어지는 일련의 수록곡들은 자칫 ‘무거운’ 가사로 접근성이 용이할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막상 귀로 듣는 청각적 매력은 어느 대중음악 못지않다. 386세대에 용기를 북돋는 그의 음악은 박진감 넘치는 리듬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3집까지는 무거웠죠. 전작들은 대개 포크 위주로 음악을 담아 최대한 소리를 줄였는데, 이번에는 통기타만 할 것을 일렉트릭 기타로 대체하고, 코러스도 더 푸짐하게 넣었어요. 가사도 시 대신 구어체 문장으로 넣어 더 경쾌해졌어요.”
그는 “어딜가도 꿀리지 않는 음반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고 했다. “우리 세대가 구질구질하지 않으니까, 앨범 망해도 폼 나게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욕구도 한몫했다.
고려대 산업공학과 86학번인 손병휘는 87년 6월 항쟁을 경험하며 저항과 반전의 목소리를 음악에 담아왔다. 이라크 파병 반대, 고 김선일 추모행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콘서트 등 수많은 무대를 오가며 음악인의 사회참여 운동에 소홀하지 않았던 손병휘.
“음악을 한다는 건 제가 깨어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그에게 ‘민중가수’니 ‘대중가수’니 하는 논란은 이제 무의미해 보였다. 그는 첫 곡 ‘내 인생의 마라톤’의 가사처럼 묵묵히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있을 뿐이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사진=김동훈기자
기사 게재 일자 2007-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