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인터뷰-2]
독립운동가 손병희와의 관계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젊은이 들이 복잡거리는 거리를 뚫고 <금금콘서트> 가 열리는 그곳에 도착했다.
금금 콘서트; 금지를 금한 콘서트, 과거에 금지된 곡들을 공연하며 금지곡에 대한 에피소드라던가 그 시대에 이야기를 하는 콘서트라고 했다. 이런 시대코드가 명확한 콘서트를 홍대 클럽 사이 공간에서 열리고 있었다.
이르게 도착한 시간. 몇몇 관객이 이미 무대 뒤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공연장. 한 까까머리 청년이 기타를 치며 리허설 중이었다. 음. 가만있어봐 …보조개 두개. 뿔테 안경.. 음. 이 분 인가보다..d_d
사실 난. 민중 가수라곤 매체를 통해 얼핏 들어봤던 안치환이 다였다. 개인주의가 다분한 청년으로써;;포털검색과 홈페이지정보에 의존해 대중지식을 쌓아가며 살아가던 차였다. 나름 예습이랍시고 손병휘의 홈페이지를 뒤져왔건만, 홈페이지이미지에서 확인했던 웨이브준장발의 부드러운 눈빛의 청년은 어디가고 까까머리에 우락부락한 분이 거기 계시는 거 아닌가. 아마 그 이미지는 왕년 이셨나봐. 라고 아쉬운 찰나 맨 앞 테이블 두개만 빼고 공연장은 386분들로 꽉찼다. (386이 아닌 분들도 몇몇) 손병휘의 첫 순서를 시작으로 포크가수들이 나와 공연을 시작하고 공연은 기타와 포크. 그리고 역사를 인증하는 듯한 게스트 손님들과 함께 금지된 노래, 금지된 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한참을 그 분위기에 있으려니, 내가 현실에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마치 과거에 와있는 기분.
아. 정말 생각지도 못한 홍대안의 80년대.
홍대와 신사동. 그리고 호랑이
신사동. 그가 사는 근처 적당한 까페에 자리를 잡고 마주앉았다. 홍대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자 제대로 한 인터뷰였다.
저녁은 드셨어요 ? 샌드위치 드실래요? 라고 물었다. 내가.내가. 배고프니까 물었다. 중저음의 부드럽고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다닌 학교에서 내려오는 금언이 있어요. 호랑이는 굶주려도 풀을 뜯지 않는다. 빵은 간식이지 식사가 아니에요.” 아… 네.. ‘-‘ …꼬르륵. 단호하시다.
설마 유머는 아니시겠지. 쿨럭.
근데 그러고 보니 여긴 또 젊은이들이 호황을 누리는 곳. 가로수 길 아닌가. 왜 나는 그가 대학로나 동대문 같은 곳에서 살 거라 생각했던가.. 무튼. 그게 뭐 중요하겠냐만은 내 시선에는 홍대안의 8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대와 과거가 같이 있다. 라고 느껴졌다.
아마 홍대와 신사동에는 민중과 시민운동문화가 없어서겠지.
민중가수,
긴장해서 굳으면 쩝쩝거리고 있는 나의 모습에. 긴장 하지 마시라고 얘기해 주신다. 거기에 난 부흥하고자. 말이 많아졌다. 이름을 헷갈려서 손병희로 알았다는둥. 그래서 포털에 독립운동가만 나왔다는둥. 관계가 있냐는둥. 어리둥절한 나의 질문에 그래도 분위기가 풀린 듯 했다. (나만 풀렸을지도…^^;; )
나는 사실, 운동이 활발하던 시대에 살지 않았던 핑계로. 며칠 전의 이 시대의 순수한 순백 지식의 1인으로서 ㅜ- ㅜ 금금콘서트를 보고 궁금했던 것을 몇 가지 준비 해갔다. 어쩌면 가수 손병휘이기도 하지만, 한국 민중가수. 포크가수를 아우르는 질문들 말이다.
“저는 대학 들어가서도 데모하는 거에 대해 이해를 못했어요. 그래서 왜 데모를 할까 고민과 공부를 하기 시작 했죠. 그러고 나선 아. 내게 알던 세계가. 나라가 . 그런게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면서 제 길이 달라졌죠.”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유신시대의 손병휘는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데모하는 것 조차 이해를 못했다고. 그래서 데모하는 이유를 공부 하다가 길을 틀은 케이스.
“ 맨 처음엔 무턱대고 이념과 사상을 가지고 운동을 하게 되었었는데, 방황기가 왔어요. 아무래도 먹물들의 한계가 그때 온 것 같았어요. 운동권의 절실함은 이념과 사상보다는 현실이 좆같아서 생기게 되는 건데 말이죠. 그 방황기에 군대를 다녀오고 그 때에 마침 조국과 청춘 이라는 청년노래단에 제의가 들어왔죠. 아 이길이 내 길이구나. 느껴서 노동운동 보다는 제 성향과 맞는 문화운동의 길로 들어서게 된거죠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나는 비교적 예술활동만 고립적으로 하고 있는 작가로서 궁금했다. 시위나 운동권과 예술활동을 병행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예술이 먼저냐 운동이 먼저냐’ 너무 어리석은 질문으로 여겨질찌언정.
-그러면은. 노래가 운동하시는 수단이 되 는 건가요?
“ 대학교 때 기타를 메고 다녔죠. 낮엔 데모하고 밤엔 술 마시면서 기타치고 다니고. 그랬던 저는 제가 음악을 택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음악을 안 하면 뭐하지? 라고 생각했을 때 두려워지더라구요. 내가 감히 음악을 택했다는 생각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이었던가. 깨닫게 된 거죠.”
-그럼, 가수랑 운동가랑 둘 중에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뭘 선택하시겠어요?
“ 그런 바보같은 질문이 어딨나?! -_-+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럼 만약에 운동에 눈을 떴어. 떴지만, 음악에 대해 생각을 안 하셨을 상황은요?
“ 저는 아마 그럼, 운동을 못했을 꺼예요 .”
포크 공부.
- 제가 3집을 들어봤는데, 다른 요즘가요들보단 확실히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도 비교적 또렷한 것 같구요. 이유가 있을 까요?
“왜냐면 포크란 장르자체가 스토리 텔링 을 기반으로 한거고, 민중가요라는 자체도 내용이 중요한 거니까.. 제가 곡을 쓸 때도 그렇게 쓰고 노래 할 때도 아무래도 가장 염두 해두는 부분이 가사죠. 다만 선곡이나 레코딩을 할 때는 아무리 글이 좋아도 곡이 후지면 선곡을 안 해요..”
-포크가수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기타가 항상 가수와 같이 있더라구요.
“기타가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말이 있는 만큼 범용성이 높고, 휴대가 간편하죠. 피아노를 맨날 들고 다닐 수가 있으면은 피아노로 할 수도 있겠는데 …ㅋ아무래도 야외에 어디에든 자리을 수 있는 휴대가 중요하죠. ….60년 말에 포크음악이 들어오면서 청바지에 생맥주.기타가 유행이었죠. 요즘엔 장기자랑 하라고 그러면 대부분 춤을 추죠. 하지만 예전엔 장기자랑 하라고 그러면 기타치면서 노래를 했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전 그런 시절에 영향을 받은거죠.“
너에게 가는 길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좌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 상식과 비상식이 있다고 봐야 해요. 역사를 생각하는 것과 몰역사를 생각하는 모습. 사실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이념적으로도 그렇고 지성이라던가 민주주의 발전 수준으로 봤을 때 형편없다고 봐요.
지금 대선을 앞둔 시점에 진보는 고사하고 상식이 통하는 시대도 힘들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거기서 너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거겠죠. 어떤 여자의 의미일 수도 있겠고 , 상식이 통하는 사회일 수도 있겠고, 진보가 될 수도 있겠고, 우리가 도달해야하는 세상 일 수도 있는 거죠. 잘 살아 보자고 제 눈으로 본 세상, 좌절, 의지, 희망 이런 걸 담은 거죠.”
새 앨범 “너에게 가는 길”에 대한 타이틀에 대한 의미를 물은 대답이었다.
- 앨범을 들었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특정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들이 많았다고 느꼈거든요. 저같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음악이라는 것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이 아니라서…. 혹시 이번 앨범에는 듣기를 원하거나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세대가 있는 건가요?
그렇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이 들었음 하는 거죠 (젊은 세대를 포함하여) . 1집2집은 시곡집에 가까웠고, 3집은 2005년 광복 60년 이라고 했지만 제게는 아직도 전쟁을 하고 있는 분단 60년이 더 컸어요. 그래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 였죠. 4집은 삶 86 은 우리세대의 이야기었구요. 4집, 5집도 마찬가지에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얘기를 제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하는 거죠.
깨알개그 그리고 손병휘
-인간 손병휘를 말할 수 있는 코드 세 가 지는 뭘까요?
“ 삼팔육.386, 아트포크롹 , 그리고 세 번째는 술. 음악말고 제일 좋아하는 게 술이에요.”
히히..그렇쿤뇨. 근데 머리를 미셨어요? 머리 기셨을 땐 부드러우신 인상이신데요.
“지금도 부드러워요.”
아…네.. ;; 그럼 본인 얼굴 중에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은 어디세요?
“ 전체적인 얼굴 형이 잘생겼기 때문에 딱히 한 곳을 찝으라면 또 없는 것같아요.ㅋㅋㅋ 그런 건 보는 사람이 얘기해 봐야죠. 전 몰라요.”
제가 봤을땐, 코를 중심으로 윗쪽은 인상이 강하시고 카리스마 있으신데 아랫쪽은 귀여우신것 같아요. 보조개랑 활짝 헤벌쭉 웃는 입이요. 카리스마와 순수함의 공존이랄까.
“맞아요.”
아…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이 되는 데에 저 음악인이 함께 했으면 좋겠고, 그와 더불어 음악적인 성취를 이루기를 바라죠. 전 생각보다 음악적 성취에 목말라요. 앞으로도 예술적 긴장감을 놓치 않을 겁니다.”
인터뷰는 사실 홍대 금금콘서트 공연 후에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음악을 들어보지 않았다는 막무가내 기자말에 제 노래를 들어보시고 다시 뵈었으면 한다고 하셨다.조금 더 진지하길 바라는 젊은이를 보고 싶으셨나보다. 아무튼 그래서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던 것이었다 386의 민중가수를 잘 모르는 철부지 세대와의 만남을 그래도 편안하게 허락해주시며, 일일이 역사와 포크에 대해 알려주시면서 인터뷰 해주신 가수 손병휘님께 감사를 드립니당. 굽신굽신.
졔쩨 ㅣ 파인아티스트 ㅣ zezekimm@gmail.com
파인아트와 미디어 작업을 하는 자칭 젊은 예술가
인쇄하기 ( 작성일 : 2012년 10월 03일 (21:50), 조회수 : 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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