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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FOLKKING   [purero@empal.com]
제   목     [음반리뷰] 오랜 켜를 쌓아가며 만든--컬처뉴스(안석희/작곡가,노리단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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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한창이다. 때맞춰 손병휘의 4집 《삶86》이 나왔다. 조국과 청춘, 노래마을을 거쳐 솔로로 독립한 뒤, 한 해 걸러 한 장씩 꾸준히 음반을 내고 활동해온 그의 작업이 벌써 네 번째 독집이 될 만큼 쌓인 것이다. 음반에 실린 13곡의 면면을 보면 그간 촛불집회나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다양한 행사에 늘 함께 해온 그의 관심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앨범 제목만 보면 조금 익숙해진 후일담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음반은 그런 지레 짐작을 무색하게 만드는 충실함으로 가득하다. 이번 앨범은 몇 가지 점에서 손병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 될 듯하다.

우선 4집의 모든 노래들을 직접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곡의 노랫말을 짓고 곡을 붙였다. 그간 즐겨 다른 사람의 시에 곡을 붙여왔던 그로서는 이채로운 일이다. 스스로 잘 소화할 것 같은 곡을 선택하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 곡을 붙이는 것 역시 하나의 안목이겠으나 스스로 앨범의 전곡을 쓴다는 것은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조금 다른 출발선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베아 향기처럼>같은 일상의 모습에서 <강물은 똑바로 가지는 않지만...>처럼 사회적 관심을 다룬 곡까지, <나의 노래가>같은 소품 류의 노래에서 <다시 살아오는 고구려>같은 서사적인 노래를 넘나들며 고른 수준을 만들어 낸 것은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보다 큰 자유로움을 얻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는 점과 더불어 음반 전체를 하나의 컨셉 앨범으로 묶어낼 만큼 구성력을 보여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난 3집 <촛불의 바다-전쟁과 평화>(2005)에서 시도했던 것이다. 신동호, 박노해, 허수경의 시를 자신의 노랫말과 엮어 음반 전체를 생명․평화라는 주제로 모아가는 솜씨를 보여주었다. 당시 이라크 침공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여러 노래들이 주로 반미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던 반면 그는 드물게도 내면적 성찰을 바탕으로 생명-평화에 대한 폭넓고 근본적인 시각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앨범을 하나의 컨셉으로 묶어내는 시도는 이번 앨범에서 더 자연스럽고 능숙해졌다. 80년을 통과한 한 세대의 목소리는 <무대리> <그때를 아시나요?>등의 노래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갈라지다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386> 노랫말은 그가, 또 그 세대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한번쯤은 뜨거웠던,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 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오월이면 피가 끓는, 거리에서 함께했던 (2.유월이면 가슴 뛰는, 광장에서 함께했던)
축배가 너무 빨랐지 하지만 너무 늦진 않았어.
나의 사랑 나의 분노 나의 추억 나의 현재 /나의 열정 나의 열망 나의 현재 나의 미래
많은 이가 기대했던 많은 이가 실망했던 / 이십년 전의 그 약속 지금도 계속 되는 꿈


이 대기만성형 가수의 노래가 앞으로 어떻게
쌓여갈지 궁금하다.
이처럼 손병휘는 특유의 편안한 목소리로 1980년대를 경험했던 세대가 2007년 지금을 사는 모습을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담담히 그려낸다. 이처럼 모든 것을 넘치지 않게 담아내는 솜씨는 연주와 편곡 같은 음악적 측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하나하나 인상적인 새로운 시도는 없다. 차분한 안정감 속에서 성숙함이 느껴진다. 이는 손병휘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같이 음악을 해온 동료들의 덕이기도 하다. 문건식의 기타나 정은주의 건반도 이런 흐름을 타며 요소요소 빛나는 구석을 만들고 있다. 안치환, 이정렬, 이지상의 코러스들도 잘 녹아든다.

그의 목소리도 해법을 찾은 듯하다. 그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거셌던 탓에 파워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목소리의 질감도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설득력을 더하는 쪽으로 열어나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아련함이 아니라 절실함을 드러내고자 할 때는 노래한다는 생각에서 좀 더 자유로워도 될 듯하다. 노래가 아닌 이야기로, 말하기로 다가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손병휘의 노래를 들으며 설명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노래들은 슬픔과 격정 같은 낭만주의적인 감정들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담담하거나 일상적이라는 말로도 잘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문득 슬픈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는 절대 보지 않는다고 그가 말한 것을 떠올렸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좋은 것도 많은 데 왜 굳이 그런 걸 봐야하는 지 되묻는 그의 모습이 해답이겠다 싶었다. 어떤 경험이든 가능한 한 낙관적으로 소중히 받아 들여 자신의 진정성을 만드는 한 긍정주의자의 온당함. 이것이 오랜 켜를 쌓아가며 만든 매력이 그의 노래라고 하면 될까. 온건한, 깊은 진정성을 가진 이 대기만성형 가수의 노래가 앞으로 어떻게 쌓여갈지 궁금하다. 머릿곡 <마라톤>의 노랫말이 이런 기대를 더한다.

내 인생의 마라톤 오늘도 달려보지 적당한 빠르기로
어느 꽃은 벌써 지고 어느 풀은 벌써 저만치 자랐네.
어제 비를 맞아 나무와 풀이 더욱 싱그럽구나.
차에선 안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군.
인생이 마라톤이라는 건 그저 오래 달리기 때문이 아니라
주위의 작은 것을 마음으로 보듬어 가라는 뜻인지도 몰라
기록은 남지 않아도 메달도 없겠지만 나는 나만의 달리기를 할뿐이야
기록은 남지 않아도 경기도 끝났겠지만 내 인생의 마라톤
작년 이맘때 보다 두 배 쯤 오래 달리는군.
항상 좋지는 않지만 음.. 조금씩 나아지는군 그래
이렇게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풀코스도 해내겠지. 그렇고 말고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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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희 _ 작곡가, 노리단 예술감독
유인혁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노래를 만들었다. 지금은 하자센터 노리단Noridan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나무를 깎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자르고 쇠를 갈아서 악기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인쇄하기  (작성일 : 2007년 06월 13일 (09:31),   조회수 : 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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